스페인의 독특한 축제, 라 토마티나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부뇰(Buñol)이라는 소도시에서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라 토마티나(La Tomatina)’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단순한 음식 낭비 논란을 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제적 문화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라 토마티나의 기원, 실제 진행 방식, 논란과 의의,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탐구한다.

 
스페인의 독특한 축제, 라 토마티나


토마토 전쟁으로 피어나는 문화적 축제

스페인의 축제 문화는 세계적으로 그 다양성과 활력이 인정받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라 토마티나는 단연 독보적인 독창성을 자랑하는 행사다. 매년 여름, 스페인 동부의 작은 도시 부뇰에서는 2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모여 거대한 토마토 전쟁을 벌인다. 빨간 토마토가 하늘을 가르고 거리 전체가 붉게 물드는 장관은 관광객뿐 아니라 미디어와 예술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비정상적으로 유쾌한 축제는 단순한 기행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 내면에는 공동체 문화, 해방의 기제, 도시의 정체성과 관광 산업의 결합이라는 복합적 의미가 자리하고 있다. 라 토마티나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은 1945년경 젊은이들이 시내 퍼레이드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음식 싸움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국의 제재를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수용과 국가 차원의 문화재 지정 움직임 속에서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에는 축제 개최를 위해 당일 하루에만 15만 킬로그램 이상의 식용 불가 토마토가 준비되며, 부뇰 시는 수개월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이 축제는 특정한 종교적 또는 정치적 배경을 가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도시 축제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는 오로지 놀이와 해방의 정신에 기초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도시를 글로벌 무대로 전환시키는 문화적 힘을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이색 축제' 그 이상이며, 현대 사회에서 축제가 갖는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라 토마티나의 진행 구조와 체험 방식

라 토마티나는 단 하루, 단 몇 시간 동안만 열리는 축제이지만 그 준비와 운영은 매우 체계적이고 정교하다. 축제는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정확히 1시간 동안만 토마토 전쟁이 허용된다. 이 한 시간 동안 거리에는 붉은 물결이 일고, 사람들은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며 축제를 즐긴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은 일정한 규칙과 질서 속에서 진행된다. 참가자는 반드시 입장권을 사전에 구매해야 하며, 입장객 수는 약 2만 명으로 제한된다. 토마토는 참여자들의 안전을 위해 미리 물에 담가 말랑하게 만든 후 제공된다. 또한, 토마토를 던지기 전 반드시 손으로 짜서 던져야 하며, 타인의 옷을 찢거나 위험한 물건을 던지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이러한 세심한 규칙들은 단지 혼돈의 파티가 아닌, 누구나 안전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는 전통적으로 '하몽 잡기(Ham Pole)'에서 비롯된다. 이는 비눗물로 미끄럽게 만든 장대 꼭대기에 매달린 하몽(스페인식 생햄)을 누군가가 잡으면 그 순간을 기점으로 토마토 전쟁이 개시된다는 상징적 행위다. 물론 최근에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실질적인 신호 역할보다는 분위기를 띄우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축제가 끝난 후 부뇰 시는 곧바로 거리 청소를 시작한다. 마을 주민들과 자원봉사자, 시청 직원들이 나서서 거리와 건물 외벽을 청소하고, 소방서에서는 대형 호스로 도로를 세척한다. 재미있는 점은 토마토에 포함된 산 성분 덕분에 거리 청소 후 부뇰 시가 더욱 깨끗해진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라 토마티나는 철저한 계획과 시스템 하에 운영되는 현대적 지역 축제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음식과 축제, 그리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찰

라 토마티나는 축제의 유쾌함과 글로벌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음식 낭비 논란과 지역 자원의 과도한 소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매년 수십 톤에 달하는 토마토가 단 한 시간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된다는 사실은 환경 단체와 일부 대중들 사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축제 자체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며, 주최 측과 지역 사회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축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부뇰 시는 몇 가지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우선, 사용되는 토마토는 모두 시장 유통이 불가능한 저급 품종으로, 이미 식용으로 소비되기 어려운 농산물이다. 이로써 식량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환경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 또한, 축제 후 발생하는 유기물은 지역 농장으로 운송되어 비료로 재활용되며, 전체 운영은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 문화적으로도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이색 관광 상품이 아니라, 현대인의 억압된 감정 해소, 공동체 속 해방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심리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또한 다양한 국적, 인종, 세대가 어우러지는 다문화 공간으로 기능함으로써, 국제적인 화합과 이해를 도모하는 축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결국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토마토 싸움’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공동체 정신의 표현이자, 놀이의 힘으로 도시를 세계적 무대로 바꾸는 문화의 창이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환경적, 문화적 균형을 지켜가며 지속 가능하게 운영된다면,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